두 기체의 고향을 상기시키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6946일째 우주 공간을 부유하던 중 노이즈 섞인 목소리가 들립니다.
오늘을 위해 LP 판을 구했어. 그거 알아?
너희가 출발할 적에는 테이프도 통용됐지만 이제 나오지도 않아.
20년 만에 기술 하나가 사장되는 건 역시 신기하지?
두 사람의 발밑에서 푸른 별이 빛나고 있습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추운 얼음의 별, 천왕성입니다.
20년간 동고동락한 별은 제법 눈에 익습니다.
20년의 여정을 마치는 그랜드 피날레 미션을 수행하는 날입니다.
천왕성의 대기권에 진입해 허공에서 불타 사라져라.
방지하기 위해 지구의 과학자들이 내린 결정이었죠.
연료도 다 떨어졌고, 못 쓰게 된 도구는 사장되어야 하니까요.
항공우주국 소속 엔지니어인 A와 C는 평소보다 들뜬 모양입니다.
C:기자들이 엄청나게 왔어. 카메라가 몇 대인지 셀 수 없다니까!
휴버트, 믿겨? 전 세계 사람들이 네 마지막을 보게 될 거야.
수백 수천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네게 향했다구!
휴버트:(평소보다도 들뜬 목소리에 입매를 접는다. 만약 영상을 송신할 수 있었다면 웃음처럼 보이는 표정이 지구에 송신되었을 터였다.)
위상에 따른 천왕성 대기 변화와 표면 정보를 전송하겠습니다. 외에 다른 임무는 없으십니까? (여상한 목소리. 지난 20년, 수천수만 번의 궤도를 돌면서도 변함이 없었던 그 목소리로 대답했다.)
C:여전히 딱딱하게 굴기는... 여기선 그렇게 답할게 아니라,
곧 B가 올 시간이야.
퍼시벌, 미션 시작 전에 휴버트의 기체를 정비하도록 해.
자그마한 오류가 치명적인 실수를 낳을 수 있으니까.
퍼시벌:(노이즈가 섞인 탓에 온전하지는 않을 선율이 통신장치를 넘어 공간을 채운다. 푸르다 못해 하얗게 빛나는 행성을 보다 이름이 불리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확인을 위해 휴버트의 몸체 몇 군데를 건드려보고, 상태를 점검하다 손을 떼었다. 하던 일의 반복이었으므로 그 동작만큼은 깔끔했다.) ...이상 없습니다.
핸드아웃 「PC 1의 몸체」, 「PC 2의 몸체」를 공개합니다.
핸드아웃 「프라이즈_생체코드」, 「프라이즈_공구상자」를 공개합니다.
A:
휴버트:
장면 등장인물: 전원
휴버트장면표
C의 들뜬 목소리가 들린다. "80억 인류가 널 지켜볼 거야.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니?"
C: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야. 아... 근데, TV 인터뷰는 안하려나? (신이 난듯 계속해서 주절거린다.)
휴버트:...C. (오늘따라 인간이 심어두었던 유머와 해학적 위트는 제 기능을 하지 않는 모양인지 차분한 목소리로 들뜬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상대를 안심시킬 수 있는 안정적이고 신뢰 있는 태도만은 잃지 않은 채로 질문을 던졌다.) 저희가 탐사한 천왕성의 기록은 인류의 천문학사 발전에 기여를 했습니까?
C:그거야 말할 것도 없지! (조금 흥분한 듯 목소리가 높아진다.) 오늘의 그랜드 피날레는 세계 각지의 언론들이 집중할 정도거든.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너희 덕분에 이로써 우리 인류는 미지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으니.
휴버트:그렇습니까. (조용한 대꾸를 한 다음에는 자신의 옆에 있는 낡고 오래된 다른 하나의 안드로이드에게 시선을 향했다.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접힌 채였다.) 그렇다는데. 어때, 기분이?
퍼시벌:...기분이요. (안드로이드가 느낄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도. 생소한 질문에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다.) 잘 모르겠어요. 저는... 별로 한 게 없으니까. (그저 주기적으로 네 기체를 확인하고, 수치와 현상을 따라 기록했었다. 저편에서 흥분한 목소리와 저를 돌아보며 웃는 얼굴에 눈을 굴린다. 무언가... 이상한가?) ... ...정말 저런 말을... ...듣고 싶어요?
휴버트:(어김없이 10초의 간극을 두고 오랜 말벗의 대답이 돌아온다. 인지와 연산 기능의 부족함이 이유라는 걸 알고 있으나, 가끔은 바로 곁에 있는 네가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뭐, 그게 내가 만들어져 이곳에 보내진 이유이니까.
봐, 퍼시. (부르는 호칭은 평소와 같은 애칭이었다.) 생체랄 게 없는 나의 다리는 무중력에서도 훼손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만들어졌고, 망막은 타오르는 태양을 정면으로 직시해도 30초는 멀지 않게 만들어졌어.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몸은 부식에 강하고, 여러 겹의 절연재로 덧발라진 살갗은 극한의 온도 변화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됐지. (다시 말해 처음의 처음, 그때부터 오로지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을 탐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안드로이드 휴버트다.) 그러니 C의 말도 틀린 건 없지. 영광스러운 일이잖아. 탄생의 궁극적 목표에 달성해 그 쓸모를 다했다는 건. (안 그래? 하고 웃으며 물었다.)
아니라면 넌 기쁘지 않아? 우리가 함께 탐사하고 발견한 것들이 인류 발전에 이바지를 한 셈인데.
퍼시벌:영광... ... 그게 지금 휴버트 씨가 느끼는 기분이에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네 대답을 들어도 뿌듯함이나 성취감은 저와는 거리가 먼 단어 같았다. 20년 동안 해왔던 일이 그렇게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아니면 그런 것까지 느끼기에는 너무 값싼 로봇이었다거나. 다시금 딜레이가 길어진다.) 기쁘지 않아요. 제가 만들어진 목적은 ...우주 탐사 안드로이드의 점검과 수리였어요. (생체랄 게 없는 자신의 몸은 비교적 단가가 저렴한 합금으로, 그마저 이음새가 매끄럽지 않아 움직일 때마다 삐걱임이 새어나왔다. 구형 렌즈는 때로는 초점이 맞지 않아 사물이 번져 보였다. 당신과는 달리. 다시 말해 이 모든 것을 영광으로 느낄 이유도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저는 제 일을 할 수 있게 됐으니, 쓸모는 다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어쩌면 이대로 당신보다 먼저 작동을 멈출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휴버트:글쎄, 이것도 지구에서 가져온 프롬프트의 일부일지도. (안드로이드인 자신에게 기분이라는 추상적 개념은 모호하게 느껴졌다. 웃으면서 인상을 찡그린다. 소위, 난처한 표정을 표방한다. 너의 구형 렌즈에도 같은 모습이 보일 터였다.) 그렇지만 볼 수 있는 눈이 없고, 두려워하거나 기뻐할 심장이 없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요구하지 않는 피조물을 우주로 보낸 인간들에게는 이유가 있을 거야.
그리고 여태껏 받은 명령들을 미루어보았을 때 나는 그것을 보다 효과적인 정보 수집이라고 판단했어. 실제로 몇 시간 뒤, 나는 평소처럼 천왕성의 궤도를 비행하다가 대기로 진입해 소멸하겠지. 이곳의 대기 밀도, 온도, 자기장 등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해 제공하기 위해 추력을 분산시켜 최대한 오래 체공하면서. (그린 듯한 완벽한 대답이다. 만약 안드로이드 휴버트에 대한 마지막 특집 기사를 위해 항공우주국에서 이 대화록을 공개한다면 지구에 있는 인류는 또 한 번 환호할 것이다. 선내 어둠에 잠긴 차가운 통신 기계를 일별한다. 그들은 지금 자신의 대답을 듣고 어떤 표정을,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그러니 축하해 줘. 적어도 나는 네가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쓸모를 다하는 걸, 마땅하고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시선을 맞춘다. 딜레이가 없음에도 다음 질문이 이어지기까지 얼마간 간격이 소요됐다.) 작동을 멈춘다니, 그건 자체 정비에 대한 결과야?
퍼시벌:(아마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사고와 행동은 프롬프트에 불과할 뿐이고, 그마저도 한정적으로 입력됐을 표정은 지금도 큰 변화 없이 담담한 얼굴을 유지했다.) ...저는 알 것 같아요. 인간들은 무서워하니까. (생명의 고귀함. 그 무게가 없다는 것이 우리를 가볍게 만든다. 만들어낸 피조물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그들의 양심의 가책을 덜어줄지 알 것 같았다. 그들 스스로 가장 중한 것을 내걸 필요 없고, 어떤 리스크나 희생도 질 필요도 없다. 딜레마를 겪지 않는다. 가장 쉬운 선택.)
기쁘지 않아도요? (구성을 확인하듯 공구함을 뒤적거리던 손이 멈춘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체를 정비할 차례였다.) ... ...마땅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그냥... ... 축하라는 건 이럴 때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서. (나의 쓸모는 당신의 존재로 정해진다. 그러니 당신이 사라진다는 것은 나의 쓸모가 다한다는 뜻이 된다. 그것은 명예와 영광이 따라붙거나 누군가의 기대와 환호를 동반하는 대단한 사명도 아니었으나 자신에게는...) ... ...아니요. 그냥, 낡았으니까. 슬슬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 해서요.
휴버트:(네 대답에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대답은 생략한다. 다만 20년, 단 하나의 궤도만 아는 충직한 선회를 함께했던 자신의 오랜 말벗을 바라본다.)
(퍼시에게 감정판정 하겠습니다.)
(웃음으로 할게요!)
GM:20년이란 시간동안 휴버트와 퍼시벌은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 우리는 서로의 무엇을 알고 무엇을 알지 못했을까요.
마지막을 앞둔 이 순간,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판정해주세요
(To 휴버트): 유혹쓰고싶다면 쓰셔도 됩니다!
(From 휴버트): 일단 굴리는 거 보고 써봐도 되나요? (ㅋㅋ)
(From 휴버트): 원하는 거 나와서 일단 두고 보겠습니다 (ㅋㅋ)
휴버트:(인간은 생존과 적응을 위해, 사회적 유대와 정체성을 갖기 위해 감정을 가진다고 한다. 신경계도, 호르몬도, 그리고 의식도 없는 자신으로서는 이 역시 데이터에 기반한 하나의 시뮬레이션에 불과할지도 모르나 지난 20년, 천왕성에 묶여 어디로도 향하지 않는 이 순례와도 같은 선회의 반복은 퍼시벌이라는 구형 안드로이드를 단순한 도구나 수단이 아닌 하나의 개체로 인식하게 했다.)
그래도 역시 네가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네. 가능하다면 오늘 안으로 말이야. (겸허한 태도. 80억의 인류의 환호와 사랑을 받는 스물여덟 번째 위성과는 달리 누구의 시선조차 닿지 않는 그의 뒷면에서 한결같은 정성을 쏟고, 충직했던 여정의 끝을 가장 담담한 문장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인간들이 말하는 아름다움에는 이 역시 포함되리라.)
(동경 가져가겠습니다.)
퍼시벌:...축하는... 역시 못해드릴 지도 모르겠어요. (20년 동안 떠돌았지만 자신은 아직 진짜 우주를 알지 못한다. 어떤 소리도 방향도 없다는, 인간을 제외하고는 어느 지적 생명체도 발견되지 못했다는 무한한 공간을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줄곧 곁에 있던 기체가 익숙한 웃음을 짓는 것을 보며 당신이 없는 우주에 대해 잠깐 생각했다. 그것은 역시 허전하고 이상해서, 따라붙는 그 모든 명예와 영광이 자신만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러므로 축하할 수 없다. 다른 모든 인간들이 이것을 그랜드 피날레라고 이름 붙여 당신을 칭송한다면 자신만은 이것을 죽음이라고 말할 것이다. 긴 시간 동안 쌓인
애정이 이 끝을 그렇게 인식했으므로.)
(애정 가져가겠습니다.)
휴버트:그게 네 뜻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다시 한 번, 평소와 다르지 않는 웃음과 목소리로 대답했다.)
퍼시벌:
장면 등장인물: 전원
퍼시벌장면표
SYSTEM DOWN : 한쪽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정비를 위해 마저 공구함을 뒤적거리려던 팔이 부자연스럽게 멈췄다. 의지와는 다른 일이었다. 잠시 사고가 정지된 듯 하려던 모든 행동이 일순 멎은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다, 더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다른 한 팔로 느릿하게 공구함을 닫았다.) ...봐요. 낡았다고 했죠.
(From 퍼시벌): 프라이즈는 몰래 조사 안대나요? (사유: 공구함 닫아서 다시 확인하기 좀 그래;)
(To 퍼시벌): ㅋㅋ 저기에 선언해야해요 그래도
(To 퍼시벌): 구질구질하게 (닫기전에 날렵하게 확인햇다 하기
휴버트:(말없이 손을 뻗어 네가 공구함을 닫는 것을 거들었다. 기본적으로 설계된 표정이 옅은 미소였기에, 얼굴을 본다면 출력되는 반응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곤란하네, 피날레까지는 지켜봐줬으면 하는데.
퍼시, 자체 정비는 해본 거야?
퍼시벌:정비라면 꾸준히 해왔어요. 휴버트 씨가 임무를 완수하기 전에 제가 멈춰버리면... ... 그 말대로 곤란하니까. (
공구상자를 눈으로 확인합니다.) 망가진 건 아직 한 쪽 뿐이고, 다른 쪽은 아직 정상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그러니 조금 더 버틸 수 있겠죠, 저도.
GM:「프라이즈 : 공구 상자」의 비밀을 퍼시벌에게 전달합니다.
휴버트:그거 알고 있어? 지구의 어느 한 작가는 작품을 집필하면서 로봇의 3원칙을 만들었대. (하나,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둘,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셋,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이는 모두 인간들의 편의와 목적 달성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에 필요불가결한 항목들이었고, 실제로 지구에 존재하는 많은 창작물과 현세대에서 실제 가동하는 안드로이드들 역시 이를 당연하게 기반하였다. 어쩌면 나도, 그리고 너 역시도.) 인간을 해하지 않고, 그들의 명령에 복종하는 범주 내에서 우리는 우리를 지켜야 해, 퍼시.
(지금은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아리송한 혼잣말을 남긴다. 더는 팔이 작동하지 않는 그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를 살펴본다. 자신의 기능 중 유일하게 파악되지 않은 하나, 생체 코드를 확인한다.)
GM:「프라이즈 : 생체 코드」의 비밀을 휴버트에게 전달합니다.
퍼시벌:(익히 알고 있는 원칙이었다. 단순한 정보로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로봇으로서 새겨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단지 알지 못하는 것을 굳이 따져 본다면,) ...어기면 어떻게 되는데요? (분명 이 음성은 통신 장치를 통해 저쪽에 흘러 들어갔겠으나 반발심이나 객기가 담긴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언제나처럼 네게 던지던, 소소한 질문이었다.) 지키지 못하면 어떡해요? (당신과 나 둘 뿐이고, 해칠 수 있는 사람도, 해가 될 것도 없는 곳에서. 누군가의 입김이나 손길, 어떤 협박도 유의미하지 않은 곳에서 그것을 어기면 어떤 벌을 받게 되는 것이냐고.)
휴버트:글쎄, 인간들은 이 탐사 프로젝트를 위해 수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들였어. 고작 우리의
오류 정도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을 야기할 가능성은 만들어두지 않았겠지.
폐기될 거야. 우리에게는 연료가 없고, 우리를 대체할 다음 탐사형 안드로이드에 대한 사업은 분명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에서 진행되고 있을 테니까. (우리는 성과를 거뒀다. 천문학계에 분명하게 이바지했다. 동시에 막대한 투자를 얻었다. 그들이 이 프로젝트를 그만둘 이유는 없다. 대답은 평소처럼 완벽했고, 조금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래도 만약. (무언가를 계산하는 듯 문장은 한 번 분절된다.) 만약 폐기를 막고 어길 수도 있는 방법이 있다면... (시선을 마주친다. 항상적으로 같은 각도로 휘어있던 입매가 조금 더 접혔다.) 개별의 죽음은 맞이할 수 있겠지.
(최대 80억 쌍의 눈동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거룩하고 칭송받는 죽음이 아닌, 누구도 보지 않는 어둠에 갇혀 가장 고요하고 쓸쓸한 끝을. 우리는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퍼시벌:(돌아오는 가장 정석의 대답을 나는 어쩌면 이미 예상했다. 그러나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폐기는 협박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그 정도로 인간적이지 않다. 죽음과 가까운 개념으로 받아들일 만큼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신들도 우리를 그 정도로 인간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랬다면 이런 미션을 내릴 리 없으니까.) 그렇다면... ... 불명예겠네요. (그러니 폐기와 그랜드 피날레의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이것일 것이다. 당신이 20년의 여정 끝에 손에 쥐어서 기쁘다는 것. 내가 함께 기뻐했으면 좋겠다던 것. 탄생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고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여 역사에 이름 한 줄이 적히는... 정확한 형체도 없는 추상적인 개념. 인간조차 올곧게 추구하기 어려운 것을 한낱 고철덩어리에게 상처럼 내미는 이 상황이 우스웠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구분이 안 가요. 그게 상인지 벌인지도요. (명예로운 죽음과 개별의 죽음. 그 말을 소화시키듯 곱씹는 동안 맞추고 있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
휴버트:그러고 보니 20년 만에 처음이지. 선회하면서도 아무런 명령도 수행하지 않고 그저 대기 상태에 머무르는 건. (시선을 맞받아본다. 그러면서도 뜬금없는 서두를 열었다. 인지와 연산 기능이 떨어지는 구형 안드로이드인 너는 자신에 비해 인간이 정의한 추상적 관념에 종종 고찰했다. 한낱 고철 덩어리인 우리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이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을 테고, 그저 참과 거짓의 결괏값만이 있을 텐데도.) ...퍼시, 너는 여전히 인간 같은 고민을 하네.
모처럼 촬영해야 할 사진도, 측정해야 할 복사 휘도도 없는 날이야. 그러니 오늘은 나도 너처럼 이야기해 볼까.
만약 네가 정비를 위한 안드로이드가 아닌, 나였다는 가정을 해보자. 너에게 그랜드 피날레란 어느 쪽이야? 좋은 것과 나쁜 것, 그리고 상과 벌 중에서.
만약 너에게 폐기를 막고 어길 수도 있는 방법이 있다면, 너는 명예로운 죽음과 개별의 죽음 중 어느 것을 택할 거야? (인간이 짜서 건넨 새하얀 수의를 입고 거룩한 죽음에 이를 것인지, 막막할 정도로 광활한 이 어둠 속에서 점차로 사라질 것인지. 그것을 물었다.)
퍼시벌:...언제나처럼 답을 해주시길 바랐는데. (그저 시간이 많았다. 할 발짝 뒤에서 지켜보며, 휴버트가 쌓아 올리는 온갖 명예를 뒤따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시간이. 자신이 고민하는 것들에 대하여 당신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 싶었다. 쉽게 쉽게 답을 내었고 명료했다. 대답 대신 돌려받은 물음에 의도적인 뜸인지 딜레이인지 모를 것이 이어진다.)
본래의 목적을 부합하고 이룰 수 있는... 이상적인 마무리겠죠. 가장 합리적이고, 그럴 듯하게 포장된... ... 군더더기 없는 상이요. (그러므로 다른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단순히 그들의 강요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조차 기꺼이 받아들이게 된다. 단지 그것이 옳고,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잣대로도 빈틈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는 마음이 없고, 생명이 없으니까... 노이즈 섞인 음성이 흐려진다. ... ...그래서 나빠요.)
글쎄요. 그걸 답하다간 남은 부분마저 고장날 것 같으니... ... (아직 움직이는 팔을 뻗어 네 손목을 쥐었다. 다른 손을 쓸 수 없으니 뻣뻣하고 다소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인내를 가지고 손끝부터 천천히 살핀다.) 조금 미뤄둘까요. (인간을 모방한 당신을 본뜨려고 한 것인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최후의 점검을 시작한다. 그건 분명, 곧 불타 사라질 것을 다루는 태도는 아니었다.)
GM:마음과 생명 없이 태어난 우리라고 하지만
때로는 그 어떤 논리로도 통하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하기도 하는 법입니다.
설령 우리에게 그 어떤 선택지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한들 말이죠.
판정해봅시다!
「PC1 몸체」의 비밀을 퍼시벌에게 전달합니다.
휴버트:(해당 정보를 감정 공유 받겠습니다.)
「PC1 몸체」의 비밀이 확산됩니다.
쇼크 적용. 전원 이성-1 해주세요.
휴버트:(순순히 팔을 내밀었으나 표정은 여전히 미소뿐, 그 이상의 아무것도 표방하지 않고 있었다.) 며칠 전, 마지막으로 우리가 탐사를 나갔을 때였어.
퍼시,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너와 달리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처음부터 많지 않았어. (이제는 기체마저도. 짧은 말을 덧붙인 뒤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가 펴본다. 균열이 무색하게 부드럽게 접혔다가 펴지는 손마디는 놀라울 정도로 인간과 닮아 있었다.)
퍼시벌:......왜... (멍하니 팔을 내려다본다. 기다란 균열의 깊이를 가늠하듯 위를 쓸어본다. 인간과 다름없는 움직임에 균열마저도 흉터 같았다.) ...알고 있었어요? (금방 고칠 수 있다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늘어뜨린 한쪽 손을 지닌 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휴버트:내 기체는 이상 정도는 금세 감지하니까. (결국에는 알고 있었다는 긍정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10초의 여백을 사이에 두고 네가 내게 물어올 질문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니 5초가 지나기 전, 먼저 입을 열었다. 앞선 대화에서처럼 자신에게 향할 질문의 방향을 능숙하게 바꾸어 놓기 위해서.) ...고치고 싶어?
그랜드 피날레에는 지장이 없을 거야. 최대 체공 시간에는 차이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결말은 같을 거야. (그런데도 네가 이를 고치고 싶다고 대답한다면 그것은 어째서인가. 한 치의 오차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대기와 표면 자료를 수집하게 하기 위해서? 아니라면...)
퍼시벌:...휴버트 씨 답지 않아요. (제게 말하지 않은 이유, 그런 것을 마저 묻고 싶었으나 말 머리가 잘렸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덮듯이, 무언가를 감추는 기색에 위화감이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 이상하다. 당신은 균열을 알고도 방치하는 기체가 아니었다. 그 어떤 오차도 생겨서는 안된다고 하는 그들의 말을 분명히 한 자리에서 들었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고치지 말라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죠.
... ...저에게 맡기기 싫어요?
휴버트:말했잖아, 퍼시. 나는 너와 달리 선택지가 많지 않아. 나에게 좋고 싫음은 없어. 나의 기체를 손본다면 그건 너 말고 없겠지. (이 광활한 우주. 고요한, 영원에 가까운 침묵에서 존재하는 건 언제든 너와 나 둘뿐이었으므로.)
...단순히 지금 네 상태로 수리할 수 없는 균열이라고 판단했을 뿐이야. (언제든 자신에게 존재해야 하는 것은 참과 거짓, 그것에 따른 결괏값의 송출뿐이었다. 시선은 네 움직여지지 않는 한쪽 팔에 향해 있었다.)
퍼시벌:제가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 저는 해요. 그건 제 일이고, 쓸모고, ...이런 상태로는 놔두고 싶지 않아서. ... ...하지만 이대로는, 그래요. 온전하게 고쳐지진 않을 수도 있겠죠. (균열에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 당신은 나만은 선택해온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그만한 자유를 누린 기억은 별로 없었다. 사고는 누더기 같은 몸체에 갇혀 있는 것이 전부였다. 언제나.)
고치고 싶어요. 그래도 당신이 정해요. ......늘 선택하지 못한 것처럼 말씀하시니까.
휴버트:...그게, (잠시 말을 멈춘다. 내려두었던 시선을 올려 너를 들여다본다.)
그래, 그게 네 뜻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번에도 대답은 같았다. 표정과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원하는 대로 하라는 듯, 순순히 팔을 내밀었다.)
퍼시벌:네. 제 뜻일 뿐이니까. ... ...그만둬요, 그런 거. (기계의 쇳소리에 가까운 중얼거림. 그대로 네가 내민 팔을 가져갔다. 수리를 시작한 뒤로는 말이 없었다.)
휴버트:
장면 등장인물: 전원
휴버트장면표
고체 표면도 존재하지 않는 얼음의 무덤, 푸른 진주를 닮은 천왕성이 눈앞에서 반짝인다.
(수리는 네게 맡긴 채 한동안 푸르게 빛나는 행성을 내려다본다. 대기에 함유된 메탄은 태양의 적색 파장을 흡수하고 푸른 파장을 반사한다. 단순히 그에서 비롯된 현상임을 알고 있음에도 어느 순간부터 저 고요하고 차가운 행성의 빛이 자신에게 많은 상념을 갖게 했다.) ...인간들은 이런 걸 뭐라고 부를까.
고향이 가장 알맞으려나. (음성이 되지 못하고, 출력되지 않는 문장들이 기체 내에 남는다. 곁에 있는 네게, 이 우주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같은 고향을 가진 존재에게 시선을 건넸다. 움직여지지 않는 팔을 중심으로 너의 기체를 해석한다. 고통이 존재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네 몸의 이상이 진행되는 정도를 확인했다. 방위 능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반응 정도가 어떤지를.)
GM: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져 방대한 정보를 담은 기체라 한들,
이름 붙이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흘려보낸 수 많은 단어들 틈으로, 손을 뻗어볼까요.
판정해주세요!
퍼시벌:
「PC2 몸체」의 비밀을 휴버트에게 전달합니다.
「PC2 몸체」의 비밀이 확산됩니다.
전원, 죽음으로 공포판정
퍼시벌:인간들은 죽음을 '돌아간다'고 표현하잖아요. (발 아래에서 푸른 빛을 띄는 천체. 고향이라는 따뜻한 어감과는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행성을 따라 응시한다.) 하지만 저희는... ... 저희가 돌아가는 곳은 여기일 테니까. (지구에 있는 인간들과는 달리 흙이 될 수도, 바다로 흘러갈 수 없다. 이미 한참을 벗어났으니 세상을 떠난다는 말에도 모순이 있다.) ...그렇게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 (탐색하는 듯한 시선이 느껴지자 수리를 끝마친 손을 천천히 떼어냈다. 해석하고 수리하는 것은 너의 몫이 아니었음에도 당신은 내게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다 됐어요. 이제는 정말 조심해야 할 거예요.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것은 당신이나 나나 마찬가지였으니.)
휴버트:정비는 꾸준히 해왔다고 하지 않았어? (부품은 형태를 잃었고 대부분의 파츠 역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걸 알게 된다. 네가 만들어졌을 처음의 처음부터 마치 유통기한을 오늘로 설계해둔 듯한 상태. 어쩌면 진작 지난 기한을 억지로 늘려둔 쪽일지도 모르겠다.) 당장 작동을 멈추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야. 마지막 임무를 마칠 때까지 네가 버텨줄 거라 생각했는데, 유감이네.
퍼시, 저 별은 보여? (4인치 두께의 티타늄, 그 안과 밖으로 죽음이 있다. 그를 앞두고 질문했다.)
퍼시벌:휴버트 씨. ...정비는 언제나 수습이에요. 균열이 생긴 것을 메우고 낡은 것에 기름칠을 하고, ...이상이 있는 부분을 손봐서 어떻게든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이요. (손을 완전히 떨군다. 혼자서 눈치채고, 바로잡기 위해, 붙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 놓는다.) 하지만 헌 것을 완전히 새 것처럼 만들 수도, 애초부터 우등한 것을 따라갈 수도 없는 거겠죠.
(네 말에 고개를 조금 틀어 너머를 바라보면 행성이 담기고, 구식 렌즈의 표면에는 은은한 푸른 빛이 반사된다.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느린 연산과 떨어지는 효율, 빈약한 내구도에 잇따라 흐려지는 것이 있었으니...) 제게도 보여요. 이제는 어렴풋한 형체 뿐이지만. 이 모양이니 버틴다고 해도 그랜드 피날레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지켜봤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마지막이요.
휴버트:우리는 지난 탐사 기간 동안 매일 지구와 통신했어. 이상이 생겼다면 처음 알게 됐던 날 곧장 보고하는 게 좋았을 거야. 비록 그들이 우리를 위해 물자함을 보내주지도, 적합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항공우주국은 자신들의 탐사에 예측 불가능한 약간의 변수도 생기길 바라지 않았을 테니까.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부드럽고 안정되었으나, 상황의 탓인지 그 안정감이 서늘하게만 느껴졌다. 지금에 와서는 어쩔 도리도 없는 이야기다. 자신 역시도 그를 알고 있기에 너를 더 탓하는 대신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글쎄, 어느 쪽이든. 좋은 건 내게 부차적인 요소이니. (너의 느릿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것이 전부였다. 명확한 대답 대신 질문을 건넨다. 시선은 태양계에서 가장 차가운 행성이자, 돌아가야 할 곳을 향해 있다.)
퍼시, 내가 너를 신뢰해도 될까.
퍼시벌:정말 예측하지 못했을 리 없잖아요. ...이렇게 만들어졌는 걸요. (촉박한 기간 내에 저렴하게 만들어진 나를 이곳에 태우며, 그들이 그 사실을 몰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졌을 기사와 세간의 관심에서 완전히 배제된 이유도 알 만 했다. 아무도 흠이나 결함을 비추려 하지 않는다. 정비를 간신히 이어가며 프로젝트의 부속품으로써 기능할 것. 그 목적에 충실하게 20년 동안 몸을 기워가며 위성의 뒷면에 머물렀다.) 처음부터 방법은 없었어요. 제가 버티는 것 외에는요.
... ...오늘은 휴버트 씨도, 꽤 인간답게 말하시네요. (여전히, 인간이 없는 곳에 의사는 없다. 마음은 없다. 생명은 없다. 하지만...)
무엇을 믿고 싶어요? (그냥 이곳에 있다고 믿고 싶은 것. 그것만은 있을지도 모른다.)
휴버트:어쩌면 나도 오염이 됐을지도 모르지. 나는 첨단기술로 만들어진 기체와 인공지능을 탑재한 안드로이드이고, 인간은 보다 정교하고 사실적인 반응을 완성하 위해 매일 무수한 정보에 노출시키곤 했으니까. (그리고 그 많은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게 했으면서도 일정치가 지나, 기능에서 역행이 발생하면 그들은 그를 인공지능의 오염이라고 불렀다.)
믿고 싶은 건 없어. 다만... (다시 4인치 두께의 밖, 저기서 푸르게 빛나고 있는 얼음의 행성을 바라본다. 태양으로부터 7번째로 먼 행성. 42년간 한 계절에 잠겨 살아가는 고요하고 신비로운 행성, 우리의 고향을.) 난 여전히 그랜드 피날레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저곳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생태계나 환경, 작은 무엇 하나 훼손하고 싶지 않거든. (진심이었다. 인간들의 선택은 옳았다. 자신 역시도 이대로 가동을 멈추어 영영 천왕성의 궤도를 떠돌다가 제게 존재할지 모르는 지구의 세균과 미생물, 방사능 따위로 저 아름다운 침묵을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의 판단은 옳다.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결론이다.)
그런데도 다만 생각해. 인간들이 말하는 소위 실존이라는 것에 대해.
지난 20년, 분명하게 존재했었던 너와 나의 마지막에 대해서 말이야. (네 눈에는 더이상 자신의 모습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을 걸 알고 있으면서도 시선을 맞춘다. 다시 말해 의미 없는 동작이다.)
퍼시벌:이상하죠. ...끝없이 모방한다면 언젠가는 가까워지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인간은 모순적이다. 기술의 발전을 바라지만 초월은 원하지 않는다. 인간과 다르면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인간과 너무 닮은 것을 마주할 때면 오히려 거북해 한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상반된 개념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후회한다. 어느 축에 맞춰야 하는지는 항상 알 수 없었다.)
...그건... 제게는 다르게 들리네요. (나는 이 감정을 알고 있다. 파괴되거나 부숴지기를 원하지 않으며 항시 온전한 채로 두고 싶은 마음. 그것은 뚜렷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차를 줄여야 한다든가,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는 정량적인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훼손하고 싶지 않다. 망가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므로 고치고 싶다. ... ...그것이 전부였다. 당신은 좋고 싫음을 따지지 않고, 참과 거짓만을 가리며, 마지막까지 필요성과 합리를 따져 운명에 순응한다고 해도.) 애정인 것 같아요. ... ...
휴버트 씨가 저의 무엇을 신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불완전하고, 약하고, ...곧 쓸모를 잃을 거예요. 그러니, ...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당신이 우주에 존재했을 때 나도 존재했으며, 당신이 없을 적에는 나도 없을 것이라는 것. 어쩌면 그보다 이르게, 혹은 너무 늦지 않게. 느릿하게 입을 뗀다. 이번에도 전달은 조금 늦을 것이다.) 약속 드릴 수 있는 건, ......마지막 뿐이네요.
휴버트:완벽하지 못한 일치는 본질의 차이를 더 부각할 뿐이니까. (언젠가 감동할 심장도, 미지에 대한 열망이나 호기심도 없는 로봇을 우주로 내보내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탐사 프로젝트를 비판하던 칼럼에 적힌 문장을 그대로 인용한다. 페이지에 실린 사진 속에서 안드로이드 휴버트는 놀라울 정도로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인간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애정이라. (생각해 본 적 없는 단어였다. 시선은 어느새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행성의 표면에 닿아 있었다. 그 별은 아무런 대답도 들려주지 않는다. 눈을 맞춰주지 않는다. 그저 오늘도 영원하고 장대한 비밀로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도 입매는 접힌다. 그저 그 별이 저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네.
(저 별. 태양으로부터 7번째로 먼 별. 대기에 존재하는 메탄이 적색광을 흡수하고 푸른빛을 반사해 암흑 속에서 파랗게 존재하고 있는 별. 기울어진 자전축으로 42년간 오로지 한 계절에 잠겨 살아가는, 나의 고향. 나의 존재는 기어이 그 고향 별의 땅에 닿지 못하고 영영 소멸될 것이다. 오염된 정신이 산출한 애정이라는 불가해한 감정을 끌어안은 채로.)
퍼시. (네가 신뢰의 증거로 약속한 유일한 한 가지를 들은 뒤, 평소보다 느린 답을 돌려준다.) 그럼 나의 신뢰는 네 마지막을 목격한 뒤가 되겠네.
그때 들려줄게. 신뢰하는 존재가 생긴다면, 내가 줄곧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말이야.
퍼시벌:
장면 등장인물: 전원
퍼시벌장면표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수많은 에러 창과 경고음을 외면한 그 자리에 PC 1이 서있다.
(From 퍼시벌): 멈추기 전에 넘겨줘야 하는 거죠?
(From 퍼시벌): 근데 사명은 말 안하고 넘겨주는 거?져?
(To 퍼시벌): PC 비밀조사해도됩니다 ㅋㅋ
(To 퍼시벌): 본인 사명은 클막전까지 스스로 못밝혀요!
(From 퍼시벌): ㅋㅋ 하... pc1이 숨기는게 뭘까.
(To 퍼시벌): 궁금하면 PC1 조사해보세요 ㅋㅋ
(To 퍼시벌): 이거빼고 할수있는게 없긴 해
(To 퍼시벌): 프라이즈 넘기는건 메인판정아니라서 언제든 자유고 메인판정 필요한건 비밀조사 뿐이에요
(From 퍼시벌): ㅇㅋㅇㅋ 제가 털어보겠삼
퍼시벌:그게 저라도 괜찮으시다면요. ... (수많은 에러 문구 뒤로 자신을 쳐다보는 너의 시선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오작동으로 인해 무슨 말을 뱉을지 몰라 가만히 입을 다물고 눈을 맞췄다. 결국 마지막까지 나는 당신의 입으로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셈이 된다. 내가 아닌 당신의 진짜
그늘을 알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눈에서 눈으로, 나의 미지였던 당신을 읽는다. 우리의 고향으로 부르기로 한 저 서늘한 행성도, 부실한 나를 만들고 우주선에 태워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방치한 사람들도 이제는 됐다.)
눈을 맞추고, 상대를 읽는 일조차 이로써 마지막이 되겠지요.
그러니 우리, 작별 인사를 하기 전에.
조금만 욕심을 내볼까요.
판정해주세요!
「PC1 」의 비밀을 퍼시벌에게 전달합니다.
휴버트:...셰익스피어의 작품 존 왕에 등장하는 휴버트는 충직하고 정의로운 인물이었지만, 아서 왕자를 죽이라는 명령 앞에서 고뇌했지. (입매가 자조적으로 접혔다. 우습게도 인간과 같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그와 말을 나누면, 그의 순진한 말들이 죽어 있던 내 자비심을 다시 일깨울 것이다. 그러니 지체하지 않고 끝내야 한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휴버트의 대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어진다. 오래도록 푸른 고향에 머물고 있던 시선이 네게로 향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명령을 어기고 아서를 죽이지 못했어. 연민을 느꼈으니까.
그러니 나는 지체하지 않고 끝내야 해. (들뜬 목소리의 C에게 가장 먼저 질문했다. 저희가 탐사한 천왕성의 기록은 인류의 천문학사 발전에 기여를 했습니까? 그는 긍정했다. 인류는 미지에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걸로 됐다. 저 차갑고 고요한 침묵에 잠긴 미지의 행성을 전달했다. 오염을 깨닫고 불량을 감지한 날부터 스스로를 다잡았다. 재단했고, 검열했으며 정제했다. 흐트러지지 않고자 했다. 말로도, 행동으로도.) ...명예나 임무 완수 같은 이유가 아니야.
그저 그게... 우리의 고향을 가장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랜드 피날레를 이해하고 있다. 온전하게 긍정하고 있다. 나 또한 그 어떤 불확실성으로 저 아름다운 침묵을 훼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우리가 탄생했다는 지구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었어. (고작 0.12화소의 빛점.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수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 수렵과 채집을 했던 모든 사람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런 문명을 파괴한 사람들, 왕과 미천한 농부들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 어머니와 아버지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 윤리와 도덕을 가르친 선생님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영웅이나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이, 성자나 죄인들이 살았다는 그 창백한 푸른 점. 나의 요람을.) ...그게 전부였어.
퍼시벌:(두 개의 눈. 세상을 보고 인식하는 매개나 다름없는 그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그것을 맞추고, 시선을 나누고, 그 너머를 궁금해하다가… 물어볼 수 없는 것을 읽었다. 수십의 에러 문구가 겹쳐지고 경고음이 시끄럽게 울린다. 자신의 맞은편. 그곳에 그대로, 무너지지도 않고 조금도 흔들리지도 않은 채로 서있는 기체는 꼭 작동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수많은 창들 사이를 비집고, 손을 뻗었다. 부드럽지 않은 관절을 움직여 저도 모르게 당신을 붙잡았다.) … …몰랐어요.
몰랐어요, 저는. (늘 당연하게 곁에 있는 너에게 물으며, 저보다 뛰어나고 걸출한 것이 분명하기에 무언가를 더 알 것이라는 당연한 전제를 바탕으로, 사랑과 죽음과 끝에 대해 십 수년을 물어오며, 나는 몰랐다. 부정과 긍정, 좋은 것과 나쁜 것. 상과 벌은 당신에게 있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 것으로 달라지기엔 그보다 강한 것이 있었다. 너무 확실했다. 마음은, 생명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에서 멈추지 않고 한 번을 착각하게 했다. 우리는 오염됐다. 너무 치열하게 인간을 모방한 탓이었다.)
…역시 이대로, 죽는 건 싫네요. … … (이번에도, 이것은 너의 뜻이 아닌 나의 뜻이다. 여전히 당신의 입으로는 말하지 않는다.)
휴버트 씨. 제 마지막을 목격하면, …그때는 말해주세요. (어쩌다 이렇게 멀리까지 와버렸는지 모른다. 발 한 번 붙여보지 못한 우리의 고향. 다른 온도로 빛나는 별. 한 번도 제대로 닿아보지 못하는 것을, 당연한 수순처럼 사랑하게 되는 고통. 그를 위해 몸을 던져 가진 모든 것을 불태우는 행위, 그 끝에는 미련이 남을 것이다. 잔여물 같은 푸른 점. 혹은…) 너무 늦지 않게, … …남기지 못할 이야기를요.
(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고, 내려두었던 공구 상자의 손잡이를 건네었다.)
휴버트:(거대한 항성조차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이 우주에서 두 대의 안드로이드가 사라지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태어난 별의 푸른 하늘보다도 먼저 본 이 막대하고 광활한 어둠은 겸허함을 가르쳤다. 첨단기술의 융합이라고 불러도 좋을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지를 깨닫게 했다.) ...그래볼게.
훌륭한 탐사였어, 퍼시. 비록 지구의 누구도 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언제나 네가 가장 잘 보였어. 네가 헌신해온 모든 시간과, 나를 보조하며 함께 남긴 업적은 인류의 천문학사에 틀림없이 기여했어. (끝이 다가온다는 것을 예측한다. 항공우주국이 바라는 그린 듯한 완벽한 대답을 건넨 다음에는 잠시간 침묵이 이어진다. 우주선 안에 존재하는 아주 약간의 산소, 오로지 소리를 진동하고 파동을 전달하여 지구와 통신하기 위해 존재하는 산소가 이 순간 아주 없기를 바란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기를, 그런 허망하고 이루어지지 않는 기원을 담아, 우주복도 헬멧도 물과 음식도 필요 없었던 나의 오랜 말벗이자 오랜 동경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나는 네가 그리울 거야.
(유품처럼 건넨 공구 상자를 건네받는다. 이후는 무엇도 없다. 그저 약속만 있을 뿐.)
GM:「프라이즈 : 공구 상자」가 휴버트에게 넘어갑니다.
휴버트는 언제든지 프라이즈 확인이 가능합니다.
퍼시벌:…명예로운 죽음과 개별의 죽음 중 어떤 것이어도 괜찮았어요 저는, … … 제게도. (손에 더 이상 남은 것이 없을 때, 허전함 대신 편안함을 느꼈다. 단둘뿐이었던 20년 동안의 탐사, 같은 고향과 다른 탄생. 동경과 애정. 끝을 넘어 완성이 될 믿음. 인간들은 이런 관계를 뭐라고 부를까. 어떤 단어가 가장 알맞으려나. 아직 정의 내리지 못한 물음을 입밖으로 내지 않고, 더는 네게 묻지 않은 채 남겨둔다.)
그보다 강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푸른 빛조차 희미해질 때, 곁을 지키는 누군가의 기척과 고요한 음성만큼은 분명히 들렸기에, 마지막은 외롭지 않았다.)
천왕성 주변을 공전하며 퍼시벌과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옆을 보면 고개가 푹 꺾인 채 미동하지 않는 퍼시벌이 보입니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멈추지 못했습니다.
고철 덩어리가 된 몸을 붙드는 당신의 손길에 마침내 멈춰 섭니다.
핸드아웃 「작동을 멈춘 PC 2」를 공개합니다.
휴버트는 퍼시벌의 비밀 조사와 감정 판정이 가능합니다.
단, 같은 장면에 등장할 수 없는 만큼 감정을 통한 정보 공유는 불가능합니다.
이 마스터 장면은 PC 2만 볼 수 있도록 처리합니다.
PC 1은 잠시 기다려주세요.
(To 퍼시벌): 10초씩 늦는 대답에 답답함을 느끼던 참이었지요.
(To 퍼시벌): 소위 말하는 죽음을 맞이할 때는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To 퍼시벌): 그러나 당신은 다시 눈을 뜹니다.
(To 퍼시벌): 수많은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To 퍼시벌): 그중 두 사람이 누워있는 당신 곁으로 다가옵니다.
(To 퍼시벌): 붉은 머리와 밀색 머리칼을 지닌 그들은,
(To 퍼시벌):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지긋지긋한 목소리로 입을 엽니다.
(To 퍼시벌): 20년의 여정 끝에 지구에 돌아오신 걸 환영해요, 선배님!
(To 퍼시벌): 퍼시벌의 비밀이 갱신됩니다.
(To 퍼시벌): 유리관과 비슷한 장치 안에서 긴 동면 끝에 깨어난 몸은 낯설기 그지없습니다.
(To 퍼시벌): 당신의 몸을 아래로 잡아끄는 중력이 생소하고,
(To 퍼시벌): 무겁다는 감각을 느끼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To 퍼시벌): 하지만 마음을 지배하는 감정은 두려움이 큽니다.
(To 퍼시벌): 누더기 금속이었을 적의 몸과 지금의 몸은 차이가 심해 괴리감을 좁히기가 힘듭니다.
(To 퍼시벌): 퍼시벌은《혼돈》으로 공포 판정.
(To 퍼시벌): 귓말을 통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To 퍼시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로군요. 선배님께서 그러셨죠.
(To 퍼시벌): 긴 동면 상태에서 안드로이드 몸체를 움직인다면 본래 자아를 잊게 될지도 모른다고.
(To 퍼시벌): 하지만 기억하세요. 선배님의 자리는 이곳이 맞습니다.
(From 퍼시벌): 그건 무엇을 위한 거였죠? ...
(To 퍼시벌): 괜찮아요. 곧 그랜드 피날레가 시작될 테니까...
(To 퍼시벌): 항공우주국의 모든 직원과 언론사 기자들이 선배를 기다려요.
(From 퍼시벌): ...제가 이런 걸 원했다고요?
(To 퍼시벌): 당신은 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To 퍼시벌): 그러니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To 퍼시벌): 핸드아웃
「분주한 직원들」 「방대한 자료」 공개.
(To 퍼시벌): 퍼시벌은 지금부터
엔지니어 B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권한 확인해주세요.
(To 퍼시벌): 스크린으로 휴버트를 볼 수 있는 만큼 정체를 숨기고 조킹을 하듯이 대화할 수 있습니다.
(To 퍼시벌): 획득한 정보를 통신 기기를 통해 전달할 수도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To 퍼시벌): 다이스 굴림은 이전까지 사용하던 PC 2 시트를 이용해도 무방합니다.
(From 퍼시벌): *그런데 이거 프로필 바꾸면 인장도 바뀌지 않나요?
(To 퍼시벌): 그냥 B 저널로 바꿔서 하시면됩니다!
휴버트:...멋진 꿈을 꾸기를. (그걸로 끝이었다. 20년을 함께 항해했던 둘 사이에 남은 것은 정말로 약속뿐인 셈이 됐다. 그 어떤
고통도 피로도 남아 있지 않을 기체를 마지막으로 들여다본다. 수리공인 네가 할 수 없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GM:20년의 종지부, 그것은 조용하고 또 차가웠습니다.
그렇게 차갑게 식어버린 기체만이 휴버트의 곁에 남았습니다.
퍼시벌은 지금쯤 별이 되어 멋진 꿈을 꾸고 있을까요.
판정해주세요!
휴버트:
휴버트《고통》 판정
6+6
스페셜
목표치 : 5
휴버트 이성 +1
「작동을 멈춘 PC2」의 비밀을 휴버트에게 전달합니다.
휴버트:(예상과 다르지 않은 상태에 작동을 멈춘 기체를 살펴보던 손이 서서히 멎는다. 모든 표정을 지운 채 무언가를 생각하던 중 시선의 끝에
공구 상자가 보이면 그 역시도 확인했다. 이제는 유품이 되어버린 물건을.)
GM:「프라이즈 : 공구 상자」의 비밀을 휴버트에게 전달합니다.
휴버트:(무언가 말을 하기 위해 벌어졌던 기계의 턱은 그 어떤 음성신호도 전달하지 않는다. 끈질겼던 시선을 네게서 떨어뜨려 바깥을 바라보면 저 멀리 뭇별들의 군집이 보인다. 고향 별과 같은 서늘한 침묵에 잠긴다. 자신이 향해야 할 곳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한다. 비로소 뒤늦은 무한한 고독이 내려앉는다.)
(From B): (당신을 우주로 보내고, 또 곁에서 20년 동안 봐왔지만 알 수 없었다. 여전한 미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떤 마지막을 선택하고 싶은가요.)
B:(통신 장치에서 지지직 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낯선 음성이 울린다.) ...아, 휴버트 씨. 들리시나요.
휴버트:네, 들립니다. (통신기로 전달되는 음성에 고개를 든다. 상대를 묻지 않고 전달될 정보, 혹은 명령을 기다린다. 지난 20년을 그래왔듯이.)
B:잠시 자리를 비웠어서... 마지막을 앞두고 늦게나마 인사 드릴게요. B라고 합니다.
퍼시벌이 기능을 다 했다고 들었어요. 상태는 좀 어떠신가요? 기분은요.
휴버트:B, 저희 안드로이드에게 기분이라는 영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기사에 필요한 기사에 게재될 답변이 필요하시다면, 적합한 반응을 추산해 들려드리겠습니다. (항상적인 미소, 다시 여느 때와 다름이 없는 완벽한 안드로이드의 답변을 들려준다. 자신에게 있어 항공우주국의 인간은 신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퍼시벌을 대할 때와는 분명하게 다른 깨끗하고 무결한 태도를 유지한다.)
계획대로 아직 천왕성 궤도를 순항 중입니다. 명령이 필요하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그랜드 피날레 전까지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돕겠습니다.
B:글쎄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인간이라는 건 원래, 쉽게도 휘둘리는 존재거든요. 쉽게 속아 넘어가기도, 가짜라는 것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알아차리기도 하죠.
...그런 미션을 부여하고,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우스울 수 있겠네요. 저도 알고 있어요.
사담은 이쯤 할까요. 끝은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어떤 마지막이 될지,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요.
(From B): (그리고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며, 그 끝을 응원하며.)
B:저도 제 일을 할 테니. (자리에서 벗어났는지 통신이 잠시 끊긴다.)
휴버트:(통신이 끊어지면 별다른 말을 더하지 않고 차분하게 자리를 지킨다. 시선은 작동을 멈춘 퍼시벌에게 머무른다.)
(From 휴버트): 가몽님 이거 기계 수리 지금 해야 하는 건가요?; 저 아직 마장인 줄 알았어요 ㅁㅊ!!!
(From 휴버트): 하 치고 오겠습니다 어리버리 레전드네요 정말
휴버트:...봐, 퍼시.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통신이 끊기고 다시 익숙한 고요가 찾아오면 입을 먼저 열었다. 손을 뻗는다. 모든 생명력이 사라진 기체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부품 몇 개를 추스른다. 시선이 공구 상자에 무심코 닿을 때는 로봇의 3원칙에 대해 되새긴다.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치밀어오를 때마다 입을 악다문다. 마지막 임무에 오르기 전, 퍼시벌의 파츠로 자신의 몸을 수리하기 시작한다.)
휴버트:
휴버트장면표
짝별을 잃을(잃은) 위기에 처한 지금, 회로를 엮어 만든 심장은 비로소 상실감을 배운다.
(두어 번 헛손질을 하던 손끝은 결국 목적을, 의지를 잃은 채 들고 있던 공구를 놓는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사실 약속을 지킬 생각은 없었다는 것부터 해야 할까.
인간들은 그랬거든. 말에는 힘이 있다고 말이야. (다시, 안드로이드 휴버트의 마지막 날에 대한 기사를 위해 항공우주국이 마지막 대화록을 공개한다면 앞으로 이어지게 될 순간들은 삭제될 것이다. 그들은 우주 영웅에게, 인류를 위해 헌신한 충직한 안드로이드에게 이러한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을 테니. 그러니 지금이다. 삭제가 되고, 공표가 되지 않고, 어쩌면 안드로이드 개발의 참고 자료로만 비밀리에 남게 될 지금 이 순간.) 내가 처음 가동을 시작한 날을 '태어났다' 라고 한다면, 퍼시. 나는 이 우주에서 살기 위해 태어났어. 나의 생은 전부 우주에 망라되어 있어. 집결되어 있어, 여기에.
천왕성 대기 내의 메탄 분포, 흐림, 계절적 변화 등의 대기 특성 관측,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보다 약 12.5% 더 많은 열을 방출한다는 입증, 성대 엄폐 현상에서 대기의 중간층 온도와 밀도, 압력 구조 획득, 위성 미란다 내부에 해양이 존재할 가능성 확인과 고리를 통한 내부 진동 탐사. 그 모든 것들만이 앞서 말한 내 실존을 증명해줬지.
...오염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야.
(From B): (듣고 있다. 그것은 언제나 내가 하던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어떤 말도, 어떤 마음도 전할 수 없지만. ...)
휴버트:파편에 상처를 입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그들이 말한 그랜드 피날레를 망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어. 가장 우수한 방위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러 고치지 않았던 이유도, 어쩌면 그 그르친 판단에서 시작되었을 거야.
그쯤 네가 내게 물었어. 끝이 무엇이냐고. 우리의 모든 대화는 지구로 송신되고 있었기에 나의 대답은 언제나와 같았어. 인간들이 바라는 가장 우수한 답을 네게도 들려줬지.
그런데도 그날따라 너는 재차 물었어. 끝이 무엇이냐고. 그래서 나는... (잠시 말이 끊어진다. 더는 10초의 간격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도 문장은 느리게 이어진다.) 나의 소망을 말했어.
데브리. (미소가 접힌다. 그 어떤 꾸밈도 없는, 감정으로 빚어진 최초의 표정이다.) 그게 나의 꿈이었어.
(여전히 살고 싶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자신이 가진 풍부한 감정 중에는 저 푸른 별에 대한 애정 역시 존재했으므로. 그것이 네가 내게 알려준, 새로운 감정이었으므로.)
멋진 꿈을 꾸기를.
휴버트:
장면 등장인물: 전원
(From B): (이제야 알겠다. ...그때 들었던 것이 당신의 소망. 나는 이미 당신의 진심을 들었으나, 알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휴버트 씨, 당신에게 감정을 부여한 사람은 저예요. 오염시키고, 원래의 목적과는 다른 궤도를 제시한 것은.... 살고 싶다고 해도, 이제와 모든 것을 망친다 해도. 잘못된 것은 당신이 아니야.)
B:(스크린 너머를 바라보다 등을 돌린다. 자리를 비운 동안, 미처 확인하지 못한 자료들이 있을 텐데.
걱정하며 방대한 자료를 본다.)
곧 그랜드 피날레가 시작된단 소리겠죠.
B, 당신은 준비가 되었을까요?
판정해주세요!
「방대한 자료」의 비밀을 B에게 전달합니다.
B:...휴버트 씨. 곧 그랜드 피날레가 시작될 거예요. (통신 장치 너머로 조용히 말을 건다.)
휴버트:네,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상태에 이상은 없으니 걱정 마세요. (조금 전 그 목소리다. 부드러운 말씨로 대답했다.)
B:제가 하고 싶은 건 의무나 사명같이 고루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당신은,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알고 있나요?
휴버트:...B. (너의 질문에도 동요는 없었다. 잠시간의 침묵을 사이에 두고 입을 열었다.) 무언가를 욕망하는 건 당신들, 즉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축복이에요. 기분과 마찬가지로요.
B:...저는 휴버트 프로젝트의 메인 엔지니어. 당신에게 감정을 주고 기분을 입력한 것은 저예요. 그것이 축복이 되었는지, 저주가 되었는지는... 이제는 저조차 알 수 없고, 당신만이 알겠지만요.
다시 물을게요. 지금의 감정은 어떤가요? 기분은요.
휴버트:...... (감정을 주고 기분을 입력했다는 것에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출처를 모르는 오염이라고 생각했었다. 20년간 이 막막한 암흑 속을 탐사하던 불우한 지성체가 직면하게 된 오류라고.) 질문을 하나 해도 될까요. B.
(그러나 적어도 이것은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 오롯이 나로부터 비롯된 내 고유의 것이라고.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그럴 리가 없었는데도.) 당신은 어째서 이런 불필요한 기능을 제게 입력했나요?
B:...납득이 가는 명료한 대답을 원하겠지만, 저는 설명할 수 없어요. 가끔은... 그런 것들이 있죠. 순간적인 변덕이었을 수도, 오래 잠재한 욕심인지 구분이 안가는 것들.
글쎄요, 어쩌면 인간과 가장 닮았으면 하는 저의 만용이었을 수도 있고, 인류의 대변자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이성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 ...연민이나 동정이었다면 저를 원망할 건가요? 먼 우주에서 외로움조차 느끼지 못할 그 막연함을 상상했다면, 당신은 저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 ...
휴버트:인간의 시선에서는 제가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요. (목소리에는 분노도, 책망이나 힐난도 존재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저는 연민 역시 인간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기체에 대한 막연함까지 저는 알 수 없지만, 연민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옳은지 혹은 그른지에 대해 판단할 권리 역시 제게 주어지지 않았고요.
하지만 당신의 선택이 어떠했든, 그 결과 제가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저는 인류를 대변할 수 없습니다. 제가 인간과 닮은 외모와 말투, 유사한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있는 이유는 감히 당신들을 대표하기 위해서가 아닌 보다 많은 화제를 모으고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한 설계였으니까요.
...그리고. (대답을 들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자신이 대답할 차례였다.) 솔직한 대답이 필요하신가요?
B:그러니까 사람은... 책임을 느껴요. 자신이 잘못한 것, 잘못하지 않은 것. 그런 것을 떠나서도... ...
애정을 가진 것에 대해.
그 대답을 당신이 알고 있다면. ...제게는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것은 당신의 마음이고, 당신의 의지이며, ...스스로 결정한 생명일 테니까.
그저...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주고 싶은 것이 있어요. (방대한 자료와 의식 시트를 확산합니다.)
휴버트:...알아두겠습니다. (처음 듣는 목소리, 동시에 기시감을 주는 인간이었다. 그가 전하는 정보들을 듣는다. 침묵을 지킨 채로.)
GM:「방대한 자료」,「의식시트」의 비밀이 확산됩니다.
휴버트:B, 이 정보를 제게 알리는 건 당신에게 불리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메인 엔지니어라면 더욱 그렇겠죠.
이게 당신의 책임감인가요?
B:... ... (흐릿한 웃음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그런 것으로는 이 정도로 불리해지지 않아요.
아마도 이건... ...
B:
퍼시벌탄원
타입 : 서포트
메인 페이즈에서 장면과 장면의 사이에 사용할 수 있다. 괴이 분야에서 무작위로 지정특기를 하나 선택하여 판정한다. 판정에 성공하면 이 어빌리티를 사용한 자의 [이성치]가 1점 감소하고, 드라마 장면을 추가로 한 번 더 할 수 있다. 그 장면에서 시도하는 판정에는 +1의 수정을 적용한다. 이 효과는 한 세션에 1회만 사용할 수 있다.
B:
장면 등장인물: 전원
(From B): (20년 전, 퍼시벌이 되기 전의 나는 누구보다, 무엇보다도 명예와 사명을 중시하던 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들에게는 배신이 되겠지.)
B:(자신이 부재한 시간동안,
인내를 가지고 기다렸던 직원들을 살핀다.)
GM:당신 곁에 있는 A와 C는 비슷한 눈을 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메인 엔지이너와
그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은
동경과 기대... 그 어떤 단어로 설명이 가능할까요.
그리고, B 당신은 그들에게 응답할 수 있습니까?
판정해주세요!
GM:「분주한 직원들」의 비밀을 B에게 전달합니다.
(From B): (때로는 이성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불리해지고 손해를 보더라도 굽히지 않고, 한 가지를 바라는 것. 어떤 끝을 맞이하게 된다 해도, 이 어리석음에 부끄러움은 없다.)
B:(동경과 기대가 가득한 직원들의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린다. 모두가 앞두고 있는 것은... ... 그랜드 피날레.)
...휴버트 씨. 시간이 됐어요. (그러므로 마지막으로 음성을 전한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저는 칭송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을 겁니다. 당신이 제게 그랬듯이요. ... ...
지켜보고 있을게요. 이곳에서.
기자: 네, 저는 지금 항공우주국에 와있습니다.
이제 곧 휴버트의 그랜드 피날레가 시작됩니다.
휴버트가 완전히 전소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휴버트의 귓가에 낯선 목소리들이 희미하게 스쳐 갑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80억 쌍의 시선이 느껴지나요.
무질서하게 움직이던 항공우주국의 전 직원이 데스크에 앉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정면 스크린의 휴버트을 향합니다.
왼편에 앉은 붉은 머리칼의 누군가가 입을 엽니다.
남은 연료를 전부 소모해 천왕성의 대기권으로 뛰어들어.
지구와 휴버트을 잇던 생명줄을 끊을 시간입니다.
당신의 발밑에 푸르게 빛나는 얼음 무덤이 존재합니다.
휴버트은 항공우주국의 명령을 이행해 대기권으로 추락하나요?
휴버트:...저는 지금 암흑 위에 있습니다. (오늘, 단 한 번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던 목소리가 처음으로 흘러나온다. 또한 이 목소리는 지금, 단 한 걸음. 푸르게 얼어붙은 무덤을 향해 뛰어들 자신의 그 한 걸음에 주목하고 있는 80억 명의 지구인들에게 닿으리라.) 그리고 만물은, 만물을 구성하는 원자는 이 암흑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곳으로부터 약 30억km 떨어진 창백한 푸른 점 위에서 이 메시지를 수신하고 있는 그대에게. (사람들은 자신에게 수천 가지의 질문을 했지만, 여태껏 하나의 질문도 물은 적 없었던 안드로이드가 최후의 순간에 그들에게 물었다.) 줄곧 묻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나의 탐사는 당신의 삶을 나아가게 했습니까.
당신을 꿈꾸게 했습니까.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걸음을 옮기지 않고, 막막한 어둠을 향해 질문했다. 누구에게서도 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광활한 우주를 버티고 서 있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
그랜드 피날레를 하지 않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휴버트:(A로부터 송신된 음성을 들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은 끝내 닿을 수 없었던 고향의 별에 향해 있었다.) ...안드로이드에게도 생이 있다면, 나의 탐사는 나의 삶을 나아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우습게도 꿈을 꾸게 했습니다.
그러니 바라건대, 지금 그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당신 또한......
나아가며, 꿈을 꾸기를.
우리의 내일에 행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역시 당신은 틀렸어...
도구에 감정을 주는 건 지나친 일이였겠죠.
A는 혀를 차더니 키보드로 무언가를 입력합니다.
자신의 의지로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휴버트의 몸이 멋대로 방향을 틀어 천왕성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대체 누가 당신에게 감정 따위를 선사한 걸까요.
A의 오른편에 앉은 C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죽음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드넓은 우주에 당신을 위한 이가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휴버트:...B.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 참담하기보다는 외려 홀가분해졌다. 눈썹을 찡그린 채 웃는다. 마지막 메시지의 수신자의 이름을 부른다.) 나는 진심으로, 나의 고향 천왕성을 사랑했습니다.
B:(스크린에 비춘 그 모습을 안타까워 하며 눈물 흘리지 않는다. 대단한 배신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실망하지 않았으며, 원하던 바를 이룬 것처럼 안도하거나 웃음 짓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저 처음으로 본 네 스스로의 의지였다. 고개를 들었다. 닿는 것은 음성 뿐이고, 다른 어떤 비언어적 행위도 닿지 않는다고 해도 오랫동안 눈을 들여다 본다. 여느 마지막에 그랬던 것처럼.) ...감정은 늘 지나친 일이에요. 버겁고, 감당하기도 어렵죠. 누구에게나 그래요. ...사람에게도요. (그러니 당신이 하는 사랑도 틀리지 않았다고. 이상할 건 하나도 없다고, 그렇게 전했다.)
퍼시벌:휴버트 씨. ......저는 덕분에, 아주 멋진 꿈을 꾸었어요.
그러니 당신의 꿈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로요.
(스물여덟 번째 위성. 당신 또한 누군가가 잃고 싶지 않은 고향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GM:B는 PC 1이 폭주를 시도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난동을 피우거나 협박을 하는 등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B, 그러니까 퍼시벌.
무엇을 할까요?
퍼시벌:그러니까, 일단은... ... (천천히 뒤돌았다.
휴버트 프로젝트. 그 이름이 적힌 종이를 80억 쌍의 눈동자 앞에서 보란 듯이 찢었다. 의미를 잃은 종잇조각들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린다.) 그랜드 피날레, 마지막 미션을 중단합니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뻔한 휴버트의 몸이 순간 멈춥니다.
C:지금 전부 방송으로 나가고 있는데요...?
곧 무장한 경비들이 몰려와 제압용 무기를 겨누며 소리칩니다.
경비:이렇게 제멋대로 굴면 처벌을 받게 될 겁니다.
그랜드 피날레가 끝나면 원하는 모든 걸 가질 텐데, 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휴버트는 전투에 참여하거나 관련 어빌리티를 쓸 수 없으나
전투 매 라운드가 시작할 때마다 의식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의식 절차에 성공할 때마다 휴버트는 조금씩 몸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퍼시벌은 전투 중 생명력이 0이 되면 사망 대신 행동불능이 됩니다.
휴버트:(로봇의 3원칙.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폭주의 3단계. 제1단계, 감정의 결을 느끼는 것. 자신의 꿈은 처음부터 하나였다. 그것은 명예로운 죽음도, 개별의 죽음도 아니다.) ...사랑하는 너와 나의 고향을 지키며, 우주를 떠도는 하나의 데브리로 남는 것.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서 이 순례를 이어가고 싶었다. 그 유별하고 고유한 감정을 처음 알려준 이를 알아차리자, 일그러지게나마 웃음이 접힌다.)
퍼시벌:
의식 1단계에 성공합니다.
어느 순간보다 선명하게 감정의 결이 느껴집니다.
사명 아래 묻혀있던 꿈을 자각합니다.
어쩌면 너와 나, 우리의 것이었던...
경비의 차례
피날레만 끝나면 당신은 세계 제일의 권위자가 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퍼시벌:20년 동안 우주에서, 위성의 뒷면으로 살아봤는데... ...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더라고요.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킬 수 없다면, 권위같은 건 탐나지 않아요.
경비:엔지니어님, 그렇다면...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경비강타
3+5-5
목표치 : 5
지정특기 : 구타 | 타입 : 공격
목표 1명을 선택하여 명중판정을 한다. 이때 자신의 속도 수치만큼 명중판정에 마이너스 수정을 적용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목표에게 [1D6+자신의 속도]점의 데미지를 입힌다.
경비가 머뭇거리는 바람에 곤봉이 퍼시벌에게까지 닿지 않습니다.
아직은 망설이고 있는 듯 합니다.
퍼시벌의 차례
퍼시벌:......이해를 바라진 않아요. 모두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애써왔고, 제가 어떤 것을 망치려고 하는 것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몇 걸음을 떨어져 스크린 쪽을 바라본다.) 그래도... 글쎄요. 저는 아직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차례를 넘깁니다.)
휴버트:(로봇의 3원칙.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폭주의 3단계. 제2단계, 살고 싶다는 충동을 가지는 것.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자신에게 부산물과 같은 감정을 갖게 한 존재이자 지난 20년간 같은 궤도에서 하나의 행성을 바라보았던 오랜 말벗이 건넨 마지막 기원을 떠올린다.
그러니 당신의 꿈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로요.)
...너무 늦지 않게 말해달라고 했지. 남기지 못할 이야기를.
퍼시.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온몸이 통제당하는 고통을 견디며 뒤늦게 전했다. 온전한 나의 뜻으로.) 동감이야. ...역시 이대로 죽는 건 싫네.
휴버트《고통》 판정
6+6
스페셜
목표치 : 5
의식 2단계에 성공합니다.
그래요, 휴버트.
당신은 아직 펼치지 못한 꿈이 남아있어요.
그 꿈을 누구보다 응원하고픈 사람이 있어요.
그러니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살아가고 싶다고.
경비:... (경비는 더이상 말하지 않습니다.)
(무거워진 얼굴로 곤봉을 휘두릅니다.)
경비강타
6+6-5
스페셜
목표치 : 5
지정특기 : 구타 | 타입 : 공격
목표 1명을 선택하여 명중판정을 한다. 이때 자신의 속도 수치만큼 명중판정에 마이너스 수정을 적용한다. 명중판정이 성공하고, 목표가 회피판정에 실패하면 목표에게 [1D6+자신의 속도]점의 데미지를 입힌다.
퍼시벌의 차례
퍼시벌:(
역시 이대로 죽는 건 싫네. 그 음성에 뒤로 물리던 몸이 잠시 멈칫한다. 낮게 울리는 심장은 혼자 이곳에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한 번이라도 돌아가고 싶다던, 푸른 점에...) ... ...늦었어요. 기다렸단 말이에요. ...
...그래도 그건, 오늘이 가기 전에 기쁘다고 말할만한 소식이네요.
(차례를 넘깁니다.)
휴버트:
(로봇의 3원칙. 제3원칙,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폭주의 3단계. 마지막으로 제3단계,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것. 지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무수한 이들에게는 행복을 기원했으면서도 행복도 미래도, 자신에게는 좀처럼 먼 단어처럼 들렸었다. 마지막, 그 메시지를 송신할 때조차도.) ...퍼시, 아무래도 나에게도 생긴 것 같네. 네가 주었고, 알려준 그보다 강한 마음이.
지금의 감정은 어떠냐고 물었지. 기분은. 하고 싶은 일을 알고 있냐고.
퍼시, 나는 오염이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인간과 같이 사고하고, 인간과 같은 고뇌를 하는 너를 동경했어. 이론적으로는 존재하나 태양계에서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위성의 위성, 그 가설 속의 네가 나를 결국에는 이끈 거야.
...살고 싶어.
이대로 동작을 멈추고 싶지 않아.
휴버트:우리의 고향이자 푸른 두 개의 별을 지키기 위해 이 천왕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벗어나 우리의 탐사를 이어가고 싶어.
그리고... (잠시간 말을 멈춘다. 완전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꿈 그것의 한 조각을 네게 남겨두기로 한다.) 언젠가 이 광활한 우주에서 다시 만나자.
(그때는 나 역시 돌아갈 수 있기를. 10조분의 1의 기적. 불가사의하고, 영원하며, 아름다운. 너의 지구로.)
의식 3단계에 성공합니다.
퍼시벌:...그랜드 피날레를 앞두고, 저는 두려웠어요. 가장 합당한 것처럼 보이는 상이, 제게만은 나쁘게 보였으니까. 모두가 긍정하는 것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괴로운 일이어서... ... 하지만 그런 생각을 멈출 수 없어서,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망치고 싶었어요. (고백하자면, 당신이 사랑하는 우리의 고향이 훼손된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이미 누더기나 다름 없는, 하잘 것 없는 몸을 던져서라도. 그것이 그랜드 피날레와 다를 바 없는 형태라는 것을 깨달은 건, 조금 이후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혼자만의 두려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제서야 이 감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죠.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이곳에 있는 것이, 제대로 된 생명이라고. 그러니 아직은 어떤 죽음도 맞이하고 싶지 않다고... ... 조금 더 이 우주에 남아있고 싶다고. 함께 남아있었으면 한다고.
휴버트 씨. 우리가 앞으로 함께 우주를 탐사할 날은 오지 않겠죠. ...같은 고향에 발 디딜 일은 없을지도 몰라요. 데브리는 고도가 천차만별이라니까, 그저 궤도를 따라 도는 것만으로는 안될 지도요. ... 그래도, 그렇게 떠돌아도 언젠가는.
(그 광막한 공간에서. 흩뿌려진 별과 별 사이에서. 어쩌면 한 점에서. 돌아가고 싶었던 그곳에서.) 다시 만나요.
...다시, 만나요.
저도 당신이, 많이 그리울 테니.
1.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2.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감정의 결을 헤아리고 충동을 느끼며 꿈을 꾸는 존재를
전 세계가 숨죽여 휴버트의 죽음을 기다리던 중
그의 신경 체계가 폭주를 일으켜 한계를 극복합니다.
휴버트는 8.4GHz 주파수가 닿지 않는 곳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마침내, 휴버트의 꿈을 향해 등을 밀어주고 나서야
퍼시벌은 자신만의 마지막 임무를 다해낼 수 있었습니다.
당신을 응시하는 동료와 후배의 시선은 냉정합니다.
항공우주국의 명령을 어기고 막심한 자본과 정보 손실을 낸 퍼시벌은
여태껏 이룩한 모든 것이 허공에서 불타 사라집니다.
그러나 당신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엔지니어로 남겠죠.